미국 서부에서 선크림을 안 바르면 일어나는 일 2, 일광화상 다음날

정말 저는 한국에서 선크림 귀찮아서 안 바르고 다녔습니다. 
제가 남자냐구요? 아니요. 여자예요.
그렇지만 안 발랐습니다. 
사실 웬만한 화장품 파운데이션에 선크림이 포함되어 있고, 햇빛이 뜨거운 여름이 아니면 
피부가 잘 타지 않기에, 굳이 바를 이유를 못 찾았습니다. 
 
피부과 의사들이 선크림은 꼭 발라야 한다고 하면서 드는 예시는
미국의 어느 트럭 운전사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고 다녔더니, 
창가 쪽 얼굴만 10년은 늙었다는 얘기를 하는데, 
미국 서부에서 생활하다 보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광활한 대지를 찾기 어렵습니다. 
도시는 빌딩으로 덮여 있어, 도로에서는 햇빛보다 그늘 진 곳이 많고, 
시골을 가더라도 산으로 둘러싸여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서부는 정말 직사광선이 내리쬡니다. 
동부는 달라요. 동부의 경우 높은 건물들이 빽빽이 있고, 수풀이 많아서 이렇게 덥거나 직사광선이 내리쬐지 않았습니다. 
서부는 정말 햇빛이 창살처럼 내리쬡니다. 
게다가 건물이 높지 않고, 차량은 또 워낙 많아 태양을 피해 숨을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대낮에 가게에 들어가려고 문에 손을 대면, 손이 데일 정도예요. 
이런 곳에서 운전하면, 정말 한쪽 얼굴만 탑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샌디에이고에서 일광화상을 입은 저는, 약국에서 받은 Hydrocortisone  크림을 바르고 계속 얼음찜질을 해주었습니다. 
그날 하루 그냥 호텔에 처박혀 있었어요.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일광화상 다음날 

다음날 일어나서 저는 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눈이 안 떠지는 겁니다. 
눈이 퉁퉁 부어서 안 떠지고, 얼굴도 울긋불긋해서 엉망이었었습니다.
 

일광화상 다음날, 너무 부은 눈과 얼굴

너무 놀라서, 어제 간 그 약국에 가서 얼굴을 보여주며 물어봤습니다. 
약사는 전혀 놀라지 않으며 지극히 정상이라고 했습니다. 
일광화상으로 피부에서 염증이 생기는데, 이 염증이 배출되기 위해 피부가 얇은 눈, 입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틀 정도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하더군요. 
차마 이 상태로 돌아다닐 수 없다는 생각에, 저는 또 호텔에서 하루종일 있어야 했어요. 
 
약사는 이제 크림을 그만 바르고 알로에로 넘어가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알로에든 순한 화장품이든, 바르면 너무 따가웠거든요. 
상황을 설명하니, 진통제가 들어간 알로에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진통제가 들어간 알로에 수딩 젤

슈렉 같은 초록색 알로에라니요..

알고보니, Lidocaine HCI 가 극소 마취제로, 진통역할을 합니다. 

이 제재가 들어간 알로에 베라는 색깔이 들어 있어요. 초록, 혹은 파란 색입니다. 

하지만 바르면 색이 없어요. 
바르니까 물파스를 바른 거 마냥 화한 느낌이 들면서 피부가 바로 쿨링 됨을 느꼈고,  따가운 느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피부에 물집이 잡힌 것이 보여서 Hydrocortisone 크림을 같이 발라주었습니다. 
이틀은 오버고, 3일 정도 지나니 물집이나, 따가운 느낌들은 가라앉았으며,
피부의 껍질? 이 벗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손만 대면 각질? 이 떨어져 나오기 시작하고, 살짝 가려웠습니다. 
가려울 때마다 알로에를 발라주었고, 
피부 탈락이 일어나니 얼굴은 울긋불긋해졌습니다. 

피부 탈락이 일어나서 울긋불긋해진 얼굴

상태가 이러니, 샌디에이고를 돌아다니는데, 홈리스들이 오히려 저를 피할 정도였습니다. 
비록 제 사진은 못 건졌지만, 저에게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정말 편하게 돌아다녔습니다. 
 
일광화상에서 회복되는데 총 2주가 거린 것 같습니다. 
문제는 회복된 이후입니다. 
 
이후에 직사광선이 센 곳에 노출되면, 피부가 따갑고, 염증이 금방 올라왔습니다. 
아마 햇빛알레르기가 생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저는 UV차단 장갑과 마스크, 양산을 사서 우스꽝 모습으로 라스베이거스를 거닐게 되었습니다. 
 

미국 서부 다니실 때는 자외선 차단제 꼭 바르시고, 

그늘이 보이면 꼭 쉬어 주세요.